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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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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원성 2020. 9. 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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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9/04/199975/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58] 최근 국내 여러 대기업들의 인수·합병(M&A) 소식이 경제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수시장이 포화되고 대부분의 사업영역이 성숙기에 들어간 국내 상황상 새로운 자체 성장동력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M&A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며,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중견기업 이상의 회사에 M&A는 이제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회계적으로는 하나의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 또는 합병할 때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 있습니다. 바로 PPA(Purchase Price Allocation·기업인수가격배분)인데요, 이는 회계업계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관련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다른 나라 언어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포털에 검색해도 그 개념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 PPA의 개념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A라는 사람이 자주 다니는 카페를 하나 인수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주변 부동산 시세를 찾아보고 보증금 1억원에, 기계 및 인테리어 5000만원 정도 추정하여 15000만원을 카페 주인에게 제시하였습니다. 카페 주인 B는 대답합니다. "3억원 아래로는 팔지 않습니다." 3억원과 15000만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흔히 말해 권리금이라고 부릅니다. 가게 주인은 자신이 그동안 노력하여 이렇게 손님이 많아진 것이니 그 노력의 가치를 보상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A는 그 영업의 가치가 15000만원이 넘을지 아닐지를 고민 후에 인수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대상이 가진 가격(자본금)을 그대로 주고 인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가치 있는 기업의 경우 주로 그것보다 더 비싸게 사는데요, 회계에서는 권리금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고 영업권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의미는 거의 같다고 보셔도 됩니다.

 

여기까지 보면 간단합니다. 그러나 현행 회계는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하게 발전하였습니다. 정보이용자에게 더 자세하고 더욱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회계가 볼 때 영업권은 추상적인 정보였던 모양입니다. `비싸게 샀는데 무엇 때문에 비싸게 산 거지? 그 회사의 브랜드 때문일 수도 있고, 고급 기술 때문일 수도 있고, 거래처와 좋은 장기계약을 맺었기 때문일 수도 있잖아?`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행 회계기준은 식별 가능한 무형자산을 식별하고 평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식별` `평가` 모두 회계적인 용어라 바로 와닿지는 않으시겠지만, 쉽게 말해 기존 재무제표에 표시되지는 않았지만 기업의 인수자가 고려했던 항목 중 회계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무형자산은 모두 구분해서 금액까지 측정하여 인수 시점의 재무제표에 반영하라는 뜻입니다. 대표적으로는상표권 등 마케팅관련 가치주요 고객관련 가치기술관련 가치라이선스 및 로열티 등 계약관련 가치 등이며, 각각에 대해 해당 사항이 있는지를 모두 체크하고 금액까지 평가하여야 합니다. 그런 것들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실 수 있는데 지면관계상 자세히 설명드릴 순 없으나 예를 들면 브랜드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그 회사의 현금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추정하고 계산하는 방식 등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회계에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자산 및 부채는 최초 취득원가로 표시됩니다. 예를 들어 20년 전에 토지를 10억원 주고 매입하였다면 현재의 재무제표에서도 그 토지는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 10억원으로 표시된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그 토지는 지금 매각하면 50억원일 수도 있고, 100억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 기업을 인수하려는 회사는 그 점을 분명히 알고 매입가격을 제시했을 것이므로, 회계는 인수 대상의 회사를 공정가치(쉽게 말해 현재의 시가)로 다시 재측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회계에서는 인수하려는 회사의 액면금액이 아닌 보이지 않는 금액까지도 다시 측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기존 자산의 공정가치 평가이며, 둘째는 보이지 않았던 무형자산의 식별입니다. 이러한 과정 전반을 우리는 PPA 작업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과 같이 자본금 500억원의 기업을 900억원에 인수했다면 과거에는 영업권 400억원만 표시되었겠지만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기존 자산의 평가(토지 200억원) 및 새로운 무형자산인식(100억원)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영업권이 100억원으로 감소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회계는 현시대를 반영하여 더 자세히, 더 정확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회계가 너무 어려워진다. 너무 전문가들 위주로 변해가는 것이 아니냐는 불평도 많이 듣습니다. 실제로 회계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도 공감하고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함께 같은 생각을 공유해 나갈 것인지는 국가와 여러 전문가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회계를 잘 사용한다면 경제주체 모두가 더욱 투명한 정보를 주고받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경제 전반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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